신상 박제당한 서부지법 난동자 53人

서울 서부지방법원 폭동 사태에 가담한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의 신상을 공개한 사이트가 등장했다.

 

최근 개설된 한 인터넷 사이트에는 지난 18~19일 서울서부지법에서 난동을 벌인 53명의 사진이 공개됐다. 이 사진들은 당시 사태를 생중계한 유튜브 채널에서 직접 갈무리한 것으로 보인다. 해당 명단에는 유튜버 A씨를 비롯해 백골단 단원으로 추정되는 5명, 사랑제일교회 관계자 등이 포함됐으며, 신원 확인이 되지 않은 난동자의 경우 제보 내용을 바탕으로 추후 공개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이트 운영진은 가담 정도에 따라 난동자들을 레벨 1부터 10까지 나누어 분류했다. 백골단 단장은 최고 레벨 10을 부여받았고, 나머지 단원들은 레벨 9로 지정됐다. 일부 유튜버들도 레벨 10으로 분류되었으며,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지지한 연예인 및 유명인들의 신상 또한 사이트에 올라왔다. 

 

명단에 포함된 유명인으로는 가수 김흥국, JK김동욱, 배우 노현희, 최준용, 유퉁, 개그맨 이혁재, 뮤지컬배우 차강석, 스타일리스트 김우리, 작가 이지성, 웹툰작가 윤서인, 정호영 등이 있으며, 이들은 모두 가장 낮은 레벨 1로 분류됐다.

 

이와 함께, 지난 19일 발생한 서부지법 소요 사태로 인해 22일 기준 58명이 구속되었다. 혐의별로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주거침입) 39명, 특수공무집행방해 12명, 공용건물손상 1명, 공용건물손상미수 1명, 특수폭행 1명, 건조물침입 1명, 공무집행방해 3명 등이다.

 

사적 제재 차원의 신상 공개는 현행법상 명예훼손으로 처벌받을 수 있는 사안이다. 특히, 해당 사이트에 게재된 내용이 사실일지라도 다수가 볼 수 있는 곳에 신상정보를 게시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면 형법상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과거에도 이와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 지난해 1월 대법원은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의 신상을 공개한 인터넷 사이트 '배드파더스' 운영자 B씨에게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해 유죄를 확정한 바 있다. 당시 대법원은 양육비 미지급 문제가 공적 사안으로 여론 형성에 기여한 점은 인정하면서도, 사적 제재가 피해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정도가 크다고 판단해 벌금 100만 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현재 신상 공개 사이트에 대해 여론은 엇갈리고 있다. 일부에서는 난동자들에 대한 경찰의 체포가 미진한 상황에서 시민들이 신상을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히, 사태 당시 촬영된 유튜브 영상이 다수 삭제되면서 관련 정보를 보존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반면, 이러한 신상 공개가 무분별한 사적 처벌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법조계에서도 "공권력이 아닌 개인이 자의적으로 신상을 공개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서울서부지법은 검찰이 청구한 58명에 대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후, 56명에 대해 "도주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추가적인 법적 논란과 대응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