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값 와르르 꺼져..국제시세 15배 하락

금값 상승에 따라 미국의 금 보유고가 다시 한 번 주목받고 있다. 미국 조폐국에 따르면, 미 재무부의 금 보유고는 켄터키주 포트 녹스(Fort Knox)에 보관된 순금 1억 4천730만 트로이 온스(약 4,852톤) 규모로, 이는 미국 재무부가 보유한 금의 절반 이상에 해당하는 양이다. 현재 시가로 따지면 포트 녹스에 보관된 금의 가치는 약 620조 원에 달한다. 하지만 포트 녹스의 금 보유량은 보안상의 이유로 일반인들에게 공개되지 않으며, 언론의 방문은 1974년 이후 전혀 없었다. 

 

트럼프 정부의 1기 당시인 2017년, 스티븐 므누신 재무부 장관이 켄터키 주지사 및 의회 대표단과 함께 포트 녹스를 방문한 바 있지만, 해당 방문은 언론에 공개되지 않았다. 이러한 비공개 방문으로 인해 미국 내에서는 포트 녹스에 실제로 금이 없거나 금을 팔았다는 음모론이 제기되곤 했다. 최근 이러한 의혹에 불을 지핀 인물은 바로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다. 머스크는 지난 17일 SNS에 "포트 녹스에 금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며 이를 조사할 의향을 내비쳤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2일 공개 행사에서 "머스크와 함께 포트 녹스를 방문할 것"이라고 밝혀, 포트 녹스에 대한 감사가 곧 시작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국의 금 보유고에 대한 의혹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다른 나라들의 금 보유 상황도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한국은 국내에 금을 보유하지 않고 있으며, 한국은행이 보유한 금 104.4톤은 모두 영국 중앙은행에 보관되고 있다. 이는 골드바 약 8,380개에 해당하는 규모로, 한국은행이 영국 중앙은행에 금을 맡긴 이유로는 운송비 절감과 거래 용이성 등이 있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골드러시와 관련해 영국 중앙은행의 금 유동성에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금 보관에 대한 안정성 문제가 다시 떠오르고 있다.

 

 

 

 

한편, 국내에서 거래되는 금 현물 가격은 국제 시세보다 높은 '김치 프리미엄' 현상이 사라지며, 국내 금값은 국제 시세 대비 15% 이상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4일 KRX 금시장에서 1㎏짜리 금 현물 1g은 13만9천30원에 거래되었으며, 이는 지난 14일 종가인 16만3천530원에서 약 14.98% 급락한 가격이다. 같은 기간, 국제 금 가격은 비교적 변동이 적었다. 한국거래소가 환산한 국제 금 시세는 지난 14일 13만6천130원에서 28일 13만4천830원으로 소폭 하락했으며, 2주간의 하락률은 0.95%에 그쳤다.

 

KRX 금시장에서의 금값 하락은 주로 국내 금 시세와 국제 금 시세 간의 괴리율이 줄어들면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14일, 국내 금 시세와 국제 금 시세 간의 괴리율은 장중 24%까지 확대되었으며, 종가 기준으로도 20.13%에 달했다. 하지만 최근 금값에 대한 ‘김치 프리미엄’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면서, KRX 금 가격 괴리율은 서서히 축소되었고, 지난달 28일 오전에는 1%대까지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세계 각국 중앙은행의 금 수요 증가와 무역분쟁 등 안전자산 선호 현상에 따라 금에 대한 긍정적인 투자 의견을 유지했으나, 과도한 프리미엄이 붙은 KRX 금 현물보다는 금 선물이나 국제 금 현물로 투자 대상을 바꾸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증권사들이 금값 괴리율에 대한 정보를 투자자들에게 제공하지 않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많은 투자자들은 자신이 구매한 금이 국제 시세보다 얼마나 고평가된 상태인지 알 수 없었다. 한국거래소는 실시간 국제 금 시세와 환율을 바탕으로 국제 금값을 제공하고 있지만, 이를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에 반영한 증권사는 소수에 불과하다. 특히, 대형 증권사인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은 국제 시세나 괴리율을 공시하지 않고 있으며, 그 이유는 법적 의무가 아니라는 것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금에 대한 수요가 급증한 건 드문 경우라 괴리율의 의미가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투자자들에게 신속하게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서비스 차원에서 중요한 조치"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