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회장, "삼성, 정신 바짝 차려!" 위기 정면돌파 선언

17일 재계 소식통에 따르면, 이재용 회장은 최근 삼성 임직원들에게 보낸 영상 메시지에서 "삼성이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고 강조하며, "경영진부터 뼈를 깎는 반성을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메시지는 지난달 말부터 삼성전자 및 전 계열사 부사장급 이하 임원 2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 중인 '삼성 정신 회복을 위한 가치 교육'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전달되었다.
이 회장은 "삼성다운 저력을 잃었다"고 지적하며, "위기에 대처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장의 이익을 희생하더라도 미래를 위해 투자해야 한다"고 덧붙이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미래 기술 경쟁력 확보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는 이 회장이 최근 내놓은 메시지 중 가장 강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그는 지난해 11월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관련 검찰 구형 직후 최후 진술에서 '삼성 위기론'을 처음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메시지는 당시보다 더욱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표현으로 위기 상황을 진단하고, 임원들의 분발을 촉구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세미나에서는 기술의 중요성도 거듭 강조됐다. 이 회장은 평소에도 "기술 중시, 선행 투자의 전통을 이어 나가자",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만들자",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 등의 발언을 통해 기술 경쟁력 강화를 주문해왔다.
삼성은 세미나에 참석한 임원들에게 각자의 이름과 함께 '위기에 강하고 역전에 능하며 승부에 독한 삼성인'이라고 새겨진 크리스털 패를 증정했다. 이는 이번 세미나의 핵심 주제인 '삼성다움 복원'이 곧 '독한 삼성인'으로의 회귀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재계 일각에서는 삼성이 그동안 '세계 1등'이라는 자만심에 빠져 안주해왔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다. 실제로 이번 세미나에 참석한 외부 인사들은 "실력 향상보다는 남들보다 잘하면 된다는 안이함에 빠진 것 아니냐", "상대적인 등수에 집착하다 보니 질적 향상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는 등의 비판적인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의 강력한 메시지는 삼성의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음을 반영한다. 삼성의 핵심 사업인 반도체(DS) 부문은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지연 등으로 경쟁사에 밀리고 있으며, 파운드리 사업부와 시스템LSI 사업부는 여전히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완제품(DX) 부문의 주력 사업인 TV와 스마트폰 역시 중국 기업들의 거센 도전에 직면해 시장 점유율이 하락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의 메시지는 위기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한 것"이라며, "삼성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를 집행했고, 올해도 미래 준비를 위한 투자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삼성인력개발원이 주관하는 이번 세미나는 임원들의 역할과 책임 인식을 강화하고 조직 관리 역량을 향상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다음 달 말까지 경기 용인 인력개발원 호암관에서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삼성이 전 계열사 임원을 대상으로 세미나를 개최하는 것은 2016년 이후 9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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