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이 갉아먹은 사드 재고…한국 안보 비상

 지구 반대편에서 벌어지고 있는 두 개의 전쟁이 한반도의 안보 환경을 위협하는 실질적인 변수로 떠올랐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 미군 기지들이 중국과 북한의 미사일 및 드론 공격에 매우 취약한 상태라고 분석했다.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란 전쟁의 양상이 태평양 전역의 미군 시설 보호 체계가 얼마나 뒤처져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반면교사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올해 2월 개전한 이란 전쟁은 현대전의 무서움을 여실히 증명했다. 이란의 파상적인 드론과 탄도미사일 공격으로 중동 내 미군 기지 20여 곳이 타격을 입었으며, 항공기 수십 대가 파손되는 등 약 18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손실이 발생했다. 더욱 심각한 점은 미군 기지를 겨냥한 공격이 주변 민간 거주지와 산업 시설로 번져 무고한 인명 피해를 낳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유사시 주한미군 기지 인근의 한국 민간인들 역시 유사한 위험에 노출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미국의 방공 자산 고갈 문제는 한반도 억지력 약화의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이란 전쟁이 길어지면서 미국의 핵심 요격 미사일인 패트리엇과 사드(THAAD) 재고가 급격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중동 전력을 보강하기 위해 아시아에 배치된 최첨단 방공 자산을 대거 차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국방부는 대북 억지력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핵심 자산의 실제 반출 여부에 대해서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며 명확한 답변을 피하고 있다.

 

북한의 군사적 진화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된 북한군과 미사일 부대는 실전 경험을 쌓으며 현대전의 교훈을 흡수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북한이 러시아에 탄도미사일과 병력을 공급하며 부족했던 실전 경험을 보완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드론을 활용한 새로운 전투 방식과 전자전 능력을 습득한 북한군이 한반도로 복귀할 경우, 우리 군이 마주할 위협의 강도는 이전과는 차원이 다를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존스 CSIS 국방·안보국장은 중국과 북한의 위협이 이란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경고하며, 한국과 일본 등 태평양 거점의 방공 시스템을 즉각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미사일 요격 시스템 같은 능동적 방어뿐만 아니라, 주요 인프라의 지하화와 고밀도 콘크리트 장벽 구축 등 수동적 방어 체계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드론의 비행 거리와 종류에 따른 다층적 방어망 구축이 시급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결국 한반도 안보의 향방은 글로벌 분쟁의 장기화에 따른 미국의 자원 배분 전략에 달려 있다.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 밀착이 심화되고 미국의 방공 자산이 중동으로 쏠리는 현 상황은 한국에 전례 없는 도전 과제를 던지고 있다. 우리 군 당국은 주한미군 전력 변화를 면밀히 주시하는 동시에, 자체적인 드론 대응 체계와 미사일 방어망을 조속히 보강하여 외부 변수에 흔들리지 않는 독자적인 안보 역량을 확보해야 하는 기로에 서 있다.